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3년 4월 28~30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과 좀 차이가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다른 점은 부연설명을 더했습니다.

아울러 본 여행 당시 사진기를 분실하여, 아래 게시된 사진들은 동료의 사진기를 빌려 찍은 것들입니다. 따라서 사진수가 매우 적으니 양해바랍니다.

2003년 4월 28일. 오늘은 이탈리아를 빠져나와 슬로베니아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베네치아 유스호스텔의 아침식사

끔찍했다. 배급을 받는 방식이었는데, 빵 한 덩어리 버터와 잼 한 조각 그리고 카푸치노 한 잔이 끝이었다. 바쁜 샐러리만 아침허기 떼우는줄...

블레드

오전 9시경 베네치아 초입의 주차장에서 다시 차를 찾은 후, 드디어 대망의 슬로베니아로 차 머리를 돌렸다. 슬로베니아는 아직 EU 가입국이 아닌 까닭(2003년 당시엔 그랬으나, 현재는 가입국)에 국경검문이 있었고, 심지어 면세점도 있었다.

슬로베니아의 첫 도착지는 블레드라는 호수마을이었다. 자그마한 동네지만 세계적 명성의 관광지라 마을 거의 모든집은 사실상 민박집 겸업중. 우리 일행도 1인당 15유로 정도의 적절한 값으로 2층 빌라를 통으로 빌릴 수 있었다. 아침식사도 포함.

느긋하게 빌라 발코니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더라.

류블랴나

다음날 아침, 블레드 민박집 주인아주머의 정성이 듬뿍담긴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로 발길을 옮겼다. 류블랴나는 수도답지 않게 조용하면서도, 대학도시답게 수 많은 학생들이 눈에 띄였다.

영어가 매우 잘 통했다.

피란

슬로베니아의 마지막 행선지 해변마을 피란에 도착했다. 류블랴나에선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 이곳 역시 유스호스텔이나 호텔 보다 민박이 가성비 갑인데, 아침식사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4명이 콘도처럼 쓸 수 있는 큰 방(부엌 및 화장실, 샤워실 포함)을 50유로에 흥정하여 빌릴 수 있었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줄 알았는데, 관광객들 많은 휴양도시더라.

앞으로의 일정

돈이 문제였다. 여행중 두번의 도난사고를 겪으면서, 쓸데없는 지출과 시간소비가 있어서 애초 계획보다 일찍 잔고가 바닥을 드러낸거다. 하는 수없이 크로아티아는 여정에서 지우고 이제 슬슬 차머리를 제자리로 돌려야만 했다. 다들 아쉬워하는데, 무척 죄스러웠다.

다시 이탈리아로

피란에서의 '피난'도 잠시, 다시 이탈리아를 향해 마지막 스퍼트를 해나갔다. 슬로베네아 국경에서 잠시 검문을 거친 후, 열심히 달려 오후 4시 즈음, 이탈리아 중부의 역대급 관광도시 피렌체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도시에서 유스호스텔을 찾아가는거였다. 운전매너도 개판인데다 도로표지판도 엉망이라 제대로 길을 찾는 것이란 거의 불가능했다. 차를 세우고 묻기를 수 차례 반복한 끝에 2시간만에 겨우 유스호스텔에 도착. 예약도 못하고 온 곳인데, 방마저 없었으면 시발 불지를 뻔했다.

피렌체 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호스텔에서 파는 한판 4유로짜리 피자로 저녁을 떼우고, 널부러져 쉬었다.

76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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