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3년 3월 6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과 좀 차이가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다른 점은 부연설명을 더했습니다.

브뤼허 유스호스텔에서 아침일찍 일어나 곧바로 브뤼셀로 향했다. 벨기에는 땅땡이가 그닥 넒지 않아서 브뤼허에서 브뤼셀까지는 차로 대충 40분 정도면 바를 수 있다. 고속도로타고 바로 질러서 벨기에의 수도이자 EU의 수도인 브뤼셀 안착.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들렀던 대형도시, 브뤼셀

브뤼셀에는 총 네개의 호스텔(사설 포함)이 있었는데, 이 네곳 모두 빈 침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브뤼셀 시내로 진입하여 이곳저곳 헤매이면서 결국 얻은 대답은 브뤼셀에서 방 구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브뤼셀은 EU의 수도이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호텔 등의 숙박요금이 오히려 주말이 더욱 싸다. 왜냐하면 EU에 관계된 업무가 보통 주중에 이루어지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맨들이 주중에 숙박시설을 점유하기 때문이란다. 그 여파가 호스텔까지 미칠 줄이야.

여하튼 우리 일행은 브뤼셀시내에 한시간당 거의 2유로 가까운 주차장(그 주차장 10층에서 바라보는 브뤼셀시내의 풍경은 나름대로 장엄했다고 자위중)에 차를 세우고 약 다섯시간 가량 시내를 돌아다녔다. 어제 가본 브뤼허에 비해 고풍스럽고 조용한 맛은 없었지만, 북적이는 도심의 분위기와 유럽 특유의 단아한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여행 와중에 먹은 점심겸 저녁 식사 또한 4유로(음료 포함) 정도하는 값싼 가격에 25cm 정도하는 바게트빵, 그 사이에 들어간 감자튀김과 고소한 마요네즈, 각종 야채와 토마토 등이 잘 어울어진 멋진 샌드위치였는데, 맛은 그렇다 쳐도(사실 상당히 맛은 좋았으나, 느끼한 맛에 질려 있던 터라 약간 짜증...) 그 엄청난 양이 놀랍고 행복했다.

벨기에는 3개 모국어가 있다. 불어, 네덜란드어, 그리고 사용인구는 적지만 독일어까지. 이러한 연유로 브뤼셀의 모든 도로명 등은 2개의 언어(독일어 제외)로 되어 있다. 간판 장사만 노나는 케이스되겠다.

브뤼셀 도착후 가장 먼저 간 곳은 그랑플라스 광장이다. 사실 플라스가 광장이란 뜻이긴 하지만, 뭐 대충 알아들으시라.

벨기에엔 예전부터 유명한 만화가가 많았다. 그런 연유로 시내 건물에서 외벽이 좀 씹주구리한 곳 몇몇 곳에 요로코롬 멋들어진 만화를 그려 놓은 데가 많았다.

오줌싸게 동상되겠다.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에 이어 유럽의 3대 초대박울트라실망 명소 - 벨기에의 오줌싸게 동상되겠다.

이 동상을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브뤼셀 그랑 쁠라스에 관광온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번씩 만져주고 간다.

숙소찾아 뢰번으로

브뤼셀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브뤼셀 근교(차로 약 30분 거리)의 작은 도시 뢰번(Leuven)의 f1 호텔(브뤼셀에서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두었다)로 향했다. 문제는 또 다시 시작되었다. 브뤼셀시내한복판에서 안전하게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최종목적지인 뢰번(실제로는 뢰번옆의 작은 마을)으로 무사히 가는 것. 결국 우리는 이 난제를 푸는데 2시간을 소비했다. 예상 도착 시간인 6시를 훨씬 넘긴 7시 20분 경 도착한 우리는 겨우겨우 방 2개를 얻을 수 있었다. 7시가 넘어가면 예약이 자동 취소된다고 했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방은 남아 있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10유로 정도하는 말도 안되게 맛없는 파스타를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너무 피곤했다.

76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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