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3년 3월 15~17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과 좀 차이가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다른 점은 부연설명을 더했습니다.

눈덮힌 산을 넘어,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의 여정은 대략 600 km. 지난번 덴마크에서 오슬로까지의 1,000 km 보다는 훨 짧지만, 이번엔 그때와 같은 상태좋은 넓직한 고속도로가 아니다. 2차선 도로에다가 해발 2,000~3,000m의 고지대를 통과해야하는 피오르 산악지형.

지난 2000년 노르웨이를 처음 여행했을 때에는 기차로 여행을 했었기 때문에 '우와, 피오르 경치 쥑인다!' 정도의 생각 외에, 도로상태나 운행시간 등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2003년, 이 구간을 자동차로 여행하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산악지형을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를 오르내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이런데임.

베르겐, 2000년 vs 2003년

달리고 달려 베르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가 넘었을 즈음. 베르겐에 대한 스토리는 지난 2000년으로 또 다시 거슬로 올라가야만 한다.

2000년 8월. 한여름임에도 저녁때면 썰렁한 날씨에 반바지 차림이 무색했던 그날 밤, 난 오슬로 역에서 베르겐으로 가는 밤기차에 올라 새우잠을 청했고, 다음날 아침 바닷내음이 물씬 풍기는 베르겐에 도착했다. 비록 베르겐항구의 생선시장에는 난데없는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이 산통을 약간 깨놓고 있었지만, 아침 항구의 부산함은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을런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8월은 바야흐로 배낭여행의 계절. 역시나 곳곳에 포진해 있는 한국인들은, 노르웨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들은 혼자 여행하느라 말동무가 없었던 나에게 심심하지 않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러던 중, 3명의 한국 배낭여행객들(남2, 여1)이 자신들이 이곳으로 오는 도중 노르웨이 여자분과 어린 딸을 만났는데, 베르겐에 있는 자기집에 놀러와서 자고가도 좋다고 했다는 것 - 그러면서, 나에게 같이 가자고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그 아주머니 집에서 이틀밤을 무료로 보내고, 밥도 얻어 먹고, 밀린 빨래도 하고 하면서 우린 금새 친해졌고, 난 그 아주머니와 국경과 나이를 넘나느는 사랑을..................................이라고 나가면 영화 한편되었겠지만, 인생은 영화가 아니니까. 이후, 그 3명은 모두 그 아주머니와 연락을 끊었을 때, 난 3년 이라는 시간동안 종종 혹은 자주 이메일, 메신저, 전화, 엽서, 카드, 편지 등을 주고 받으며 서로 교신한 끝에, 이날 또 만난거다.

브뤼겐(Bryggen), 베르겐에서 세계문화유산에까지 등재된 고대 중세시절의 도심부다.

좌파의 나라. 홍준표가 개거품 물듯.

바이킹 스타일의 전통가옥.

소피아

1년중 275일이 흐린 날 혹은 비오는 날인 베르겐은 가뜩이나 많은 가게가 문을 닫은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유령선 같은 기분이었다. 점심은 간만에 고급진 피자집에서 해결했다. 3월 16일 저녁 여섯시. 아주머니의 딸, 소피아의 연주회에 참석한 우리들은 노르웨이의 유명한 작곡가인 그리그(Grieg)를 기념한 홀인 그리그홀에서 멋진 음악을 감상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었다.

음악회 후,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내가 한국서 준비해온 불고기 소스로 맛있는 불고기 덮밥을 해먹었다. 소피아와 아주머니가 맛있다고 좋아했다.

아주머니 집이 편하다보니 무려 3일이나 있었다.

76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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