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5년 5월 22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 간에 차이가 다소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차이나는 점은 다소 수정하였습니다.

정들었던 코소보를 떠났다. 워낙 사람들 인심이 좋고, 어딜가든 아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반겨(?)주었던 이녀석들 알고보면 나 놀려먹고 그런거 아냐? 때문인지, 막상 코소보 국경을 넘어 세르비아로 들어갔을 땐 좀 서운했다.

베오그라드(Београд)

오전에 코소보 수도 프리슈티나를 출발, 오후 즈음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별다른 유스호스텔이 없었던 까닭에 닥치고 무조건 저렴한 숙박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다행이 여행가이드북에서 존나 개우울 호텔발견, '호텔 센타르(Hotel Centar)'. 들어서자마자 엄습하는 저렴한 분위기에 압도당했지만, 남자 둘이 하는 여행인지라 오히려 쾌적하게 느껴졌다.

호텔 앞에 공영주차장에 차를 댄 뒤, 트램을 타고 구경할 곳으로 향했다.

베오그라드 요새

가장 먼저들른 곳이다. 옛 성채와 칼레메그단(Калемегдан) 공원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로마 제국 시절부터 오스만 제국 때까지 계속 파괴되고 다시 짓고를 반복했기 때문에 각종 양식이 혼합된 성채를 볼 수 있다.

붉은 옷의 세르비아형들을 지나 성채로 입성.

공원도 널찍하고 쉬엄쉬엄 돌아다니며 노닐기엔 딱이다.

스탐볼(Стамбол) 성문. 정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스탐볼'은 '이스탄불'을 뜻한다.

사실 여기가 각광받는 까닭은 밀덕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오스만 제국 때부터, 1, 2차 세계대전 무기들을 전시해놓고있다.

여기 있는 무기중에는 코소보 전쟁 때 코소보로부터 빼앗은 무기들도 상당 수 전시되어 있었고, 나토군이 베오그라드를 공습했을 때 추락했던 스텔스기의 일부도 있다. 그야말로 역대급.

그래도 무엇보다 공원 자체가 참 좋았다. 특히 해질녘이어서 그런지 햇살의 따스함이나 밝기도 더할나위 없었다.

도나우 강. 영어로는 다뉴브 강이라고 하는 그 강, 맞다. 워낙 길어서 동유럽 어지간한 나라는 나 훑고간다고 보심되겠다.

세르비아

세르비아는 지금은 해체된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중심이었다. 1차대전이 끝나고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들이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연합국가를 만드는데, 그개 바로 90년대까지 실존했던 '유고슬라비아 연방'이다. 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여러 왕국이 모여서 만든 또 다른 왕국이었더랬다.

하지만 이내 2차대전이 발발, 히틀러가 발칸반도를 씹창내고 있을 때, 세르비아의 공산당을 이끌며 게릴라전을 이끌었던 청년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이 바로 '티토'. 대전후 실권을 잡은 그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제로 전환, 연방에 소속된 각 국가는 공화국이 된다.

유고연방은 80년대까지 쭉쭉 잘 나가던 공산국가중 하나였다. '우리는 우리끼리 논다'식의 북한처럼 하지 않고,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 이른바 제3세계 캐스팅 보트 국가로 자리매김을 하는, 기가막힌 외교전술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80년대말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하면서, 90년대 유고는 끔찍한 전쟁을 겪고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시내구경

이 건물은 무슨 대사관 건물이었는데, 이거 찍을때 그 앞을 지키던 경찰 아저씨가 뭐라 하시더라. 아니, 그럴거면 뭐러 시내 한복판에 대사관을 써.

세르비아 정교회의 교회들이 참 많았다. 뭔가 다른 느낌. 하지만 교회는 교회. 같다.

크네즈 미하일로바(Кнез Михаилова) 거리. 보행자전용 쇼핑가다. 호텔 로비에 비치된 베오그라드 여행안내소책자를 보고 찾아온 곳인데, 뭐 별건 없었다.

세르비아 국회의사당.

스타리 드보르(Stari Dvor) - 번역하면 옛 궁전이다. 응, 그냥 궁전. 지금은 시의회의사당.

다시 숙소로

이렇게 대충 베오그라드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배가 고팠다. 때마침 근처에 피자가게가 있어서, 피자와 맥주 몇병을 사가지고왔다.

지름 1미터. 가격 4유로. 사진속 인물은 당시 여행에 함께 했던 후배녀석.

이거 둘이 다 못 먹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아침밥으로 또 먹음. 이때 난, 샌드위치 재활용하는 호머심슨 빙의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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