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3년 3월 3~4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과 좀 차이가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다른 점은 부연설명을 더했습니다.

허세섞인 자신감으로 오바하며 계획한 유럽 자동차여행. 몇몇 뜻있는 사람들을 모았고, 결국 질렀다.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 이야긴 포스팅을 통해 슬슬하기로 하고. 최초 100일을 계획했지만, 그 '우여곡절'이 있어 부득 76일로 줄었더랬다.

인천공항에서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항공권은 약 65만원. 도쿄 경유 파리행 일본항공이었다. 도쿄에서 하루 스탑오버를 해주어야 했는데, 이때 호벨 숙박비는 항공권값에 당연 포함이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8시경. 72시간 임시체류 비자를 받고 항공사에서 제공해주는 닛코 나리타 호텔로 향했다. 앞으로의 전여정을 통털어 이때 묵었던 나리타 공항의 닛코 호텔이 가장 좋은 숙박시설이었다.

시작은 늘 그렇듯 인천공항.

닛코 나리타 공항.

내일은 7시 즈음 일어나기로 했다. 7시 30분경 아침을 먹고 11시 10분 비행기로 빠리를 향한다.

나리타 공항에서 파리 샤를드골 공항으로

나리타 공항에선 비행기 수리문제로 약 2시간 가량 출발이 늦어졌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경. 공항의 공중전화로 톨프리 번호를 걸자, 이내 푸조리스에서 우리 일행을 픽업하러 왔다. 푸조리스 사무실은 공항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르노리스 및 씨트로엥리스와 같은 주차장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계받은 차량은 연한 회색 푸조 307SW였고, 디젤 수동이었다. 차량의 종류 등에 대해서는 이미 예상한 바였지만, 예상치 못했던 것은 짐이었다. 5명의 일행이 있다보니, 짐이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차량의 연비는 많이 악화될 것 같은 걱정이다.

첫 운전

오랜만에 몰아보는 수동차량이다 보니, 운전중 시동을 수차례 꺼트렸으며, 언덕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했지만, 마음씨 좋은 프랑스 드라이버들은 경적 한 번 울리지 않고 모두 기다려 주었다. 심지어 내가 교차로에서 계속 시동을 꺼트려 출발을 하지 못 해, 다시 붉은 신호가 들어온 상황에서도 그들은 우리들이 늘상하던 헤드라이트 번쩍임이라던가 경적 울리기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후 7시경, 모든 차량 인계를 마치고 공항 인근에 있는 f1 호텔을 향해 츨발했다. 허나 소덱스 직원의 정성어린 약도를 너무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형광펜까지 써가며 그가 그려준 약도는,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라운드어바웃의 생소함에 묻혀버리고만 것이다. 결국 선진입 차량 우선이라는 라운드 어바웃의 기본수칙을 무시한 나는, 일촉즉발의 사고위험을 겪어가며 물어물어(f1이라는 싸구려 모텔에 가기 위해, 힐튼 호텔의 로비에 찾아가서 물었다), 10분 거리를 1시간 30분에 주파하는 괴력을 보였다.

12시간 30분이라는 긴 비행시간 내내 한숨의 잠도 청하지 못했을뿐더러, 면허 취득후 거의 처음으로 몰아보는 수동차량의 생소함, 그리고 외국이라는 스트레스 상황이 주는 자연스런 위축심리로 피곤해질대로 피곤해진 나와 우리 일행은 F1에 도착하자 마자 쓰러졌다.

76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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