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운전을 조금 무리하게 했던 탓인가 늦잠을 잤다. 부랴 아침을 먹고 서둘러 벨기에의 브뤼헤(Brugge)로 악세레다를 밟았다.

브뤼헤? 브뤼허? 브뤼주? 브루지?

벨기에는 총 3개의 공용어가 있다 - 네덜란드어, 불어, 그리고 소수이긴 하지만 독일어. 이중 네덜란드어와 불어가 사실상 벨기에 공용어의 양대산맥인데, 네덜란드어를 쓰는 지역은 벨기에의 북쪽, 플란데런(Vlaanderen, 영어로는 플랜더스 - 플랜더스의 개 파트라슈의 그 '플랜더스' 맞다)이고, 불어를 쓰는 지역은 남쪽, 왈롱(Wallon)이다.

참고로, 독일어를 쓰는 지역은 왈롱에서 독일국경 부근으로, 1차대전 이후 독일로부터 할양받은 동네 위주고, 수도 브뤼셀은 불어가 다수이긴 하나 두 언어가 나름 골고루 쓰인다.

상황이 이 지경차라리 갈라서 이것들아이다보니 어지간한 동네는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이름, 즉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 브뤼헤가 대표적이다. 플란데런에 속한 이곳은 네덜란드어론 브뤼헤(Brugge)이지만, 프랑스어론 브뤼주(Bruges)라 불린다. 여기까지면 다행일텐데, 우리나라의 네덜란드어 표기법에 따르면 브뤼라 적는게 맞고, 영어권에선 또 '브루지'라고 읽어버리니... 야이 미친놈들아 고만 좀 해!

다 필요없고, 이 글에선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또 널리 쓰이고 있는 브뤼헤로 일단 본문에선 통일토록 하겠다. 제목만 그냥 브뤼허로...

브뤼헤 관람기

브뤼헤 광장을 우렁차게 내려다보고있는 83m의 종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다고 한다.

이 종탑은 정해진 시간에 띵띠리 연주를 하는데, 소리, 좋다.

오른쪽에 보이는 동상은 브뤼헤의 구국전사 피터 드 코닉(Pieter de Conick)과 얀 브레이덜(Jan Breydel)의 동상이다. 이 아저씨들은 과거 프랑스 정부의 과도한 세금부과에 반발, 브뤼헤 독립을 이끌었던 사람들이라고.

미국도 그렇지만, 서구에서 '독립'이란게 우리네 '민족자결'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쪽은 거의 대부분이 경제권 독립, 즉 '나 좀 혼자 잘먹고 살게 꺼져주시지?'로 시작하는게 독립이다.

마크트의 또 다른 멋진 건물, 빨간벽돌, 우체국이다.

오로지 시내버스와 사진속 마차만 다닐 수 있는 보행자 전용 광장이다.

광장 한켠에 있는 카페 크라에넌부르흐(Cafe Craenenburg)란 곳이 있는데 이곳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과거 오스트리아제국의 합스부르크왕가가 유럽에서 킹왕짱이던 시절, 합스부르크왕가의 태자가 브뤼헤를 들른 적이 있었다. 당시 브뤼헤는 유럽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합스부르크왕가가 쥐락펴락하던 곳이였는데, 그래서 브뤼헤 시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왕세자의 브뤼헤 방문이 정해졌고, 브뤼헤의 지도자들이 모여 태자를 이 카페에 가둬놓고 '작작 좀 해! 이 미친놈아!'를 시전했다고... 이 일로 브뤼헤는 원하던 간섭에서 해방되었지만, 태자가 나중에 황제가 되고나선 브뤼헤와는 교역을 끊어버리고 인근의 경쟁도시 안트베르펜(Antwerpen)을 전격 밀어주었다고... 소심한 복수

여긴 이때 밥먹은 곳.

뭐 대충 이런거 처묵.

그냥 길.

벨기에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 땡땡(Tin Tin).

벨기에를 여행하다보면 레이스 가게를 많이 만나볼 수 있다. 16세기 즈음부터 벨기에의 주요 특산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전통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레이스 가게는 일종의 가업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각각의 레이스 제조 가문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패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진짜 벨기에산 수공예 레이스는 거의 대부분 선주문 방식으로 제작되며, 나머지는 중국산이다. 만약 벨기에서 레이스를 구입하셨는데, 100유로 미만으로 사셨다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또다른 특산품, 초콜렛.

백작 뭐시깽이가 살던 궁전이라고.

이곳에 성당이 하나 있는데, 거창한 이름의 '헤일리흐 블루트 바실레이크 (Heilig-Bloedbasiliek)', 번역하면 '신성한 피 대성당'되겠다. 십자군 원정에서 예수의 피를 특템했는데, 그걸 여기에 모셨다고. 아, 물론 진짜일리는 없읍읍.

스타트하위스(Stadhuis), 시청사.

시청사 건물의 조각상들은 과거 지체높으신 백작과 그 부인들이라고 한다. 어이구 높으셔.

암스테르담의 운하와는 사뭇 다른, 고요한 느낌의 브뤼헤 운하.

피스마크트(Vismarkt), 생선시장.

가판대가 아예 돌이다. 영구 가판대.

트름중.

Onze Lieve Vrouwekerk, 번역하면 성모마리아 교회.

이 교회에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중 유일하게 이탈리아 외의 지역에 있는 유명한 조각상 '성모와 아기 예수'상이 놓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늦어서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있다. 구경을 마치고 슬 돌아가야할 타이밍.

반나절 브뤼헤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아헨의 집. 당시 원룸이 바닐라맛 콜라를 배경으로 보인다. 그때가 생각나네...

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5년 4월 30일로, 글쓴 날과 상당한 시간차가 있습니다. 원래 예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그대로 붙여넣으려고 했는데, 그때의 글이 지금 다시 읽어보니 워낙 병맛스러운데다가, 몇몇 포스팅은 당췌 백업본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싸리 새롭게 글도 쓰고 사진도 편집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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