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3년 3월 7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과 좀 차이가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다른 점은 부연설명을 더했습니다.

벨기에에서 네덜란드로 넘어가는 국경은 마치 우리나라의 경기도에서 충청도로 넘어가는 것처럼 달랑 표지판 하나만 서 있었다. 지난번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향할 때에도 같은 상황인 것을 보니 대부분의 EU 국가는 국경검문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가는 길, 수퍼마켓에 들러.

풍차마을, 킨데르데이크  

네덜란드의 상징하면 마치 풍차가 으레 떠오르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네덜란드에 아직 풍차가 남아 있는 곳은 몇 군데되지 않는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킨데르데이크(Kinderdijk)라는 곳으로 약 4km에 걸쳐 수 많은 종류의 풍차들이 마치 그림엽서처럼 펼쳐져 있다.

지역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걸어서 다 보는데에만 해도 반나절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바람도 많이 불고 약간 쌀쌀하기도 해서 그다지 걷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벌판 주변을 어슬렁이며 사진기 셔터만 간헐적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친절한 동네 아주머니(그 아주머니만한 개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의 배려로 전망 좋은 그 집의 테라스에서 속시원하게 펼쳐진 평원의 풍차를 감상할 수 있었다. 친절한 사람들은 여행을 한결 기분 좋게 만든다.

친절한 동네 아주머니의 집 테라스.

이준 열사의 도시, 헤이그

그 다음에 도착한 곳은 헤이그, 네덜란드어로는 덴하흐(Den Haag)다. 우리에겐 '이준'열사로 유명한 도시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세계중심 도시였다고 하는데, 네덜란드의 행정수도라 볼 수 있다. 도시는 꽤나 넓었지만 구시가 지역은 걸어다니기에 충분했다.

바로 요 건물이 이준열사 일행이 들어가려 했던 곳. 당시 만국 평화회의가 열리고 있었고, 현재는 네덜란드 상원의회이다. 이준 일행은 건물 내부에 발도 못 들이고 쫓겨났다.

이준열사 박물관(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설 박물관)에 갔지만, 이미 문을 닫은 시각. 일행중 부지런한 친구가 이 다음날 아침 갔었지만, 난 부지런하지가 못...

항간에 잘 못 알려져 있는 사실 중에, 이준형님께서 광분하셔서 할복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분은 그런 저급한 일본 사무라이식으로 자살할 분이 아니시며, 그러신 적도 없다. 당시 한양에서 덴 하흐까지 긴 여정을 여행했을 뿐더러 연일 이이어지는 강행군으로 몸이 쇠약해진데다가 일도 안 풀리자, 결국 덴 하흐의 한 병원에 입원하시던 중, 만국평화회의가 끝나기 하루전 병원에서 돌아가시고 만다.

해가 질무렵 유스호스텔로 돌아가 몸을 뉘었다.

76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반응형

+ 최근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