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3년 5월 4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과 좀 차이가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다른 점은 부연설명을 더했습니다.

아울러 본 여행 당시 사진기를 분실하여, 아래 게시된 사진들은 동료의 사진기를 빌려 찍은 것들입니다. 따라서 사진수가 매우 적으니 양해바랍니다.

간만에 늦잠을 잤다. 로마에선 며칠 묵었다 갈 요량이라 느긋하게 동선을 짰다.

대중교통 + 걷기

하루짜리 로마 교통수단 자유이용권을 구입했다. 3.10유로. 메트로 콜로세오(Colosseo)역에서 내렸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왔던 거대한 콜로세움이 오늘 여행의 시작점이다.

다음으로 포룸 로마눔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본의 극우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이 곳은 과거 화려했던 로마 제국시대의 발자취를 한 순간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유적지였다. 아직도 유적 발굴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광장 이곳 그리고 저곳에서 줄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 대군에게 명령을 내리고, 안토니우스가 로마 민중들에게 연설했던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은 벅차 오른다.

이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이 우뚝 솟아 있는 과거 로마 정치의 중심지 캄피돌리오 광장을 거쳐 웅장한 베네치아 광장로 발길을 옯겼다. 이탈리아 통일 당시 죽어간 무명용사를 기리는 횃불 주변엔, 그때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광객들이 연신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판테온이었다. 마르쿠스 아그리파에 의해 지어진 이 건물은 일종의 신전인데, 완벽한 돔지붕은 로마 건축의 우수성을 대변한다. 이 건물 앞에 앉아 주변 수퍼에서 사온 빵과 음료로 간단히 점심끼니를 때웠다.

이어 유명한 트레비 분수로 가, 슬로베니아에서 가지고 온 동전 두 개를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역시나 수많은 관광인파로 분수 주변은 제대로 설 공간 조차 없었다.

다시 조금 걸어가자 영화에 나와 유명한 스페인 광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끝이 안 보이는 계단에는 여행객들이 빽빽히 들어서 앉아 있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인가 다들 그늘이 진 쪽에 모여 있었다. 

지하철을 다시 타고 키르쿠스 막시무스에 도착했다. 비록 터만 남아 벤허의 웅장한 감흥은 되살아 나지 않았지만, 크기의 거대함을 느낄 수는 있었다. 사람들의 대형 놀이터로 변한 이곳을 가로질러,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진실의 입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다들 재미있는 사진 포즈를 연출하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하루. 약간은 엉성한 로마여행인 것 같기도 하지만 여하튼 다리품 하나만은 확실히 판 하루였다. 내일은 바티칸과 비행기표 예약 변경이다.

76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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