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5년 5월 20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 간에 차이가 다소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차이나는 점은 다소 수정하였습니다.

아침. 트렁크에 부지런히 짐을 쑤셔넣었다. 지도상으로 대충 보니 코소보(Kosovo)까지는 산 하나 넘어서 400~500킬로. 이때만 해도 이 '산'을 그저그런 '산'으로만 봤다.

처음엔 평지에서 시작하다 중간 즈음부터 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직까진 몬테네그로 땅이다. 위 사진을 보면 몬테네그로가 왜 몬테(Monte, 산) 네그로(Negro, 검다)인지 실감이 난다.

경치도 무척 좋아서 가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슬렁스렁 구경도 몇번 했다.

사진처럼 조명 하나없는 터널도 몇 개 있었다. 뭐, 이제 이런거야 이 동네에서 워낙 다반사니까.

코소보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길 상태가 점점 개판이 되어간다. 구멍난 다리를 중간중간 나무로 매꿔두었는데, 행여 빠질까 겁나더라.

잠깐 주유소에 들러서 음료수 한잔 사먹음. 브라보, 이 동네 브랜드인가. 브라보는 콘...

길가다보니 점심시간. 존나 함 처먹어보자는 심정으로 산골 한적한 도로변에 있던 쓸쓸한 레스토랑에서 고기 세트 시킴. 어찌나 쓸쓸하던지 손님은 우리일행이 전부. 첩첩산중 두메산골 식당에 난데없는 동양인 둘이 나타나 2인 메뉴도 아니고 3인 메뉴를 시키니 많이들 놀라셨을 듯.

물론 맥주도 딱 한잔 했다. 근데 맥주이름이...

다시 길을 나섰다. 고산지대로 올라왔음을 알 수 있었던게, 5월중순 유럽 남부 아드리아해 인근에서 눈이다 눈.

완전 산악도로라 길을 꼬불꼬불하고 살짝 살얼음이 껴서 미끄러웠다. 이젠 안개까지.

엌 유엔 깃발이 보인다! 드디어 코소보 국경에 온거다. 참고로 깃발에 보이는 영어약자 'UNMIK'은 'United Nations Interim Administration Mission in Kosovo'의 약자로 '유엔 코소보 임시행정부'란 뜻이다.

검문소.

국경 통과

2008년 코소보는 만천하에 독립선언을 했지만, 아직 모든 나라에서 '독립'으로 인정받은건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나라가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보드카형들이나 대륙형아들은 '응, 아냐' 시전중.

이 당시(2005년)만 해도 코소보는 독립선언 전이기 때문에, 세르비아와 여전히 분쟁중인 '분쟁지역'이었다. 그래서 국경엔 경찰이 아니라 '군인'이 있었고, 이 군인들도 유엔군이었다.

월경심사 외에 또 한가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야했는데, 내가 몰고갔던 렌터카가 코소보 지역이 별도로 보험커버를 해주지 않았던 관계로, 국경에서 코소보에서 쓸 대인대물 보험을 구입해야했다. 대략적인 기간을 정했고, 그 기간에 맞춰 보험도 추가구입. 이거 없으면 무보험차량이 되는 관계로, 월경 자체를 거부당할 수 있다.

국경에선 대략 30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군인들이 여권을 보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보고를 하는 듯 했지만, 통상적인 월경절차로 보였다. 산 정상에 위치한 검문소는 눈발이 휘날릴 정도로 매섭게 추운 날씨였는데, 근무하던 군바리들이랑 담배를 나눠피우고 있으니 입국도장을 찍어줬다. 정확히는, 입국도장이 아니라 들어가도 좋다는 확인도장.

코소보 내로 진입하여 한 쪼그만 가게에 들러 사마신 바나나맛 우유. 마시며 가는데,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거더라.

코소보와의 첫 인연은 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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