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5년 5월 20~21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 간에 차이가 다소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차이나는 점은 다소 수정하였습니다.

발레니아 게스트 하우스 찾아 삼만리

2005년 5월 20일 저녁 10시경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Prishtina)에 도착했다.

프리슈티나에 유일하게 하나있다고 하는 게스트 하우스를 전화로 예약해놓은 상태였지만, 여행책에 대충 나와있는 지도로 그곳을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밤인데다가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길을 찾는 것도 무리였지만, 무엇보다도 길이름이 없다.

지나가던 미군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길을 물어보기도 수차례... 결국 택시를 불러 세우고, 그집을 알려준 뒤, 그 택시를 뒤따라가기로 했다. 물론 요금은 지불하고.

그래서 겨우 찾은 곳.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프리슈티나 대학에서 전기공학 교수님이 부업으로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규모가 꽤 크고 고용된 사람도 무지 많았다. 돈 좀 버시는거 같았다.

어매니티니 뭐니는 당연히 호텔에 견줄게 못 되지만, 방안에 화장실과 샤워실 딱 있고, 간단한 식기류와 핫플레이트까지 갖춰진 간이부엌도 있고, 무엇보다 위성 TV의 위엄! 심지어 KBS도 나왔다! 씨발 이역만리 코소보에서 한국 뉴스를 볼줄이야!

코소보는 아직 관광업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숙박시설이 극과 극이다. 그래서 이런 수도엔 초일류 호텔아니면 그냥 현지인 민박인데, 나름 여행자를 타켓으로 한 '유일한' 게스트 하우스였이이게 마케팅 측면에선 대성공인 샘. 그래서인지 세계 각국의 배낭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럽 각국의 사람들은 물론, 미국, 캐나다, 심지어 한국인 선교사 부부까지 있었다!

간이부엌과 식탁. 원룸에 침대, 간이부엌, 화장실, 샤워실 다 있었다.

도착한 첫날 늦은 저녁식사. 여행중 아끼고 아꼈던 라면을 뜯고, 가져갔던 쌀로 밥까지 해먹었다. 그리고 찬으론 현지에서 구입한 햄 부쳐먹고. 이 정도면 배낭여행객에겐 호사스런 식사.

다음날 아침식사. 현지에서 구입한 빵과 커피.

둘째잘 저녁식사도 진수성찬. 라면에 밥에, 햄볶음에, 고추장까지 오픈.

이런 식사에 맥주도 안 곁들일 수 없지. 코소보 현지 맥주였는데, 라벨링은 뭔가 복고풍이지만 맛은 좋았다.

충격의 서비스

발레니아 게스트 하우스가 정말 좋았던 건 또 있었다. 일단 서비스. 정말 친절하다. 방관리 직원이 사실상 총무였는데, 중간에 방을 좀 바꿔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건너방이 부엌이 좀 더 좋아보여서... 사실 이런 숙박업에서 방을 바꾼다는건, 전방을 다 치우고 하는 수고가 있기 때문에 방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주인이 안 들어주면 그만인 케이스. 오, 그런데 개쿨하게 '응 바꿔'하고 바꿔줌.

한가지 더 추가 서비스가 있었는데, 무료 세탁. 사실 유럽 한인민박집은 죄다 무료세탁을 기본 서비스로 하고있지만, 여기서도 만날줄이야. 매일 아침 직원이 문드드리며 '세탁물 맡기세요'하면 줌. 그러면 그날 저녁 차곡차곡 개서 가져다주더라. 이건 뭐 호텔도 아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진심 충격의 서비스였다. 일단 이 게스트 하우스 앞에 나름 차량 7~8대 정도는 너끈히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고, 게스트는 무료로 사용가능했다.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치안이 좋지 않은 까닭에 게스트 하우스에선 아예 주차장 한켠에 간이부스를 만들어놓고 거기서 주차 감시직원 24시간 상주. 와, 이건 진짜...

이때가 2005년인데, 요즘도 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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