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5년 5월 17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 간에 차이가 다소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차이나는 점은 다소 수정하였습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곳은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을 골랐다.

메주고레(Medjugorje, Međugorje)

보스니아어(세르보크로아트어)로 메주고레란 '산속'이란 뜻이라고 한다. 우리식의 첩첩산중은 아니지만, 지중해 연안 특유의 야트막한 민둥돌산에 덩그러니 마을 하나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여기더라.

동네 자체는 별볼일 없는 산동네인데, 여기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혹은 성지)가 된 까닭은 1981년 이래 이곳에서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단 얘기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때는 1981년, 평범한 산동네에 살던 6명의 어린이들이 성모발현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로도 수차례 성모발현이 보고되었고, 마침내 바티칸에도 보고가 들어갔는데... 응, 기적 아냐. 재판관 전원합의로 박근혜 탄핵 인용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2014년 재심의에 들어갔는데, 아직(2017년)까지 이렇다할 답은 없다고 한다.

이제껏 성모발현이라고 '주장되는' 현상은 엄청 많다. 하지만 교황청이 '오피셜'이라고 인정해준건, 10여건 남짓이다. 초자연적 현상에 오피셜 인증을 받고 안 받고가 다소 코미디지만 여튼 그렇다.

기적은 현실이다

'메주고레 성모발현의 기적'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평범한 산골마을은 끝없는 순례객들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게된다. 끝없는 투어버스의 행렬, 넘처나는 숙박업소, 레스토랑, 카페, 선물가게... 교황청이 성모발현을 인정했건 안 했건, 어차피 진짜 기적은 이 조그마한 마을이 유사이래 최대의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고, 그건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 동네 메인 성당, 야고보 성당이다. 매일 미사가 열리며, 영어는 물론 한국어 미사까지 약 20여개국에서 온 신부들이 미사를 진행한다. 성당 내부에서 미사를 보기 위해서는 수시간 전부터 기다려야 하기에, 마이크와 대형 스크린을 설치, 성당 밖에서도 미사를 보고 들을 수 있게 하지만 야외석마저도 꽉 찬다.

이 동네엔 '기적의 예수상'이란 동상이 있는데, 여기서도 소소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된다. 이 예수상의 무릎은 근처의 작은 틈에서 약간씩 물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걸 '우는 무릎'이라 부르며 성수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온 순례자들은 물을 작은 병에 담아가거나...

이렇게 자기가 가져온 십자가에 묻히기도 한다.

현지인 민박

당시 본좌 일행이 묵었던 곳은 마을의 조그마한 현지인 민박이었는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가성비니 뭐니 다 괜찮은 곳이었다.

이건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이 집엔 방이 엄청 많았는데, 이런식으로 준기업형 숙박업소를 운영중이었다.

보스니아 가정식 저녁식사는 1인당 5유로라고 하여 부탁드렸다. 메인(위), 빵과 수프(좌), 후식(우).

식사 전후의 모습. 푸른병은 물(가스가 들어있는), 둥근뚜겅이 있는 유리병은 아주머니가 직접 만드신 포도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가루를 탄 음료였다.

아무래도 던힐 짝퉁 스멜이 나는 상표명이지만, 크로아티아산으로 이쪽 동네에선 좀 팔리는 담배로 보였다. 론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간다.


반응형

+ 최근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