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5년 5월 16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 간에 차이가 다소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차이나는 점은 다소 수정하였습니다.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 이곳 트라브니크(Travnik)는 보스니아 '주'의 수도였다. 그런만큼 이곳엔 무슬림의 향이 진하게 스며있다.

관광지로서의 매력

사실 없다. 요즘은 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전후 복구가 많이 되지 않은 편이었고, 동네 자체도 관광업 육성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마을 곳곳에 남아있는 오스만 제국 시절의 이슬람 사원 등은 볼만하다. 그리고 오히려 관광객의 터치가 별로 없는 '그런 곳'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제격일 수 있겠다.

마을 초입에서 찍은 버스 사진. 2005년에 찍은 사진인지 헷갈릴 정도다. 더군다나 문앞 빨간옷 누님 패션 센스는 복고풍 그자체. 뭔가 시간여행을 온 기분이다. 빠져든다 빠져들어...

트라브니크를 남북으로 나누는 조그만 사이즈의 라슈바 강.

마을 곳곳에 이슬람 사원이 참 많다. 대부분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옛날 성당이 그러하듯, 이슬람 사원도 '성유물'을 보관하고 있는데 여긴 무함마드의 턱수염을 보관하고 있다고.

문의 조각이 예술이다.

이슬람 사원에 글어갈 땐 입구에 있는 이런 세면대에서 손발 닦고 들어가야한다.

집집 마다 볕에 카페트를 말리는게 영낙없이 터키의 분위기다. 오스만 제국의 위엄.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로 올라가보았다. 언덕 위엔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의 요새가 남아있다.

전쟁

동유럽의 가장 낙후한 국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발칸반도는 애초 로마제국의 속주로서 나름 먹고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지역유지들이 이 동네 저 동네 옹기종지 갈라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15세기경 현재 터키형들의 오스만 제국이 유럽을 삼키면서, 씨발 이 동네를 무려 400여년 동안, 즉 19세기 말까지 식민지화하게 된다.

세월은 흘러 때는 20세기초. 케밥형들도 물러가고, 이제 자치를 좀 하나싶었는데, 합스부르크(Habsburg) 왕가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또 먹히네?

여기서 잠시, 옆나라 세르비아(Serbia) 얘기를 해야한다.

당시 세르비아는 힘은 약하지만 나름 독립국. 여기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식민화된 보스니아에서 빠져나와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근데 얘가 하루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 글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제 아들놈이 보스니아가 지덜 땅이 된걸 축하하기 위해 수도 사라예보(Sarajevo)에 놀러 온다네?

응, 어서와. 탕탕탕. 이렇게 '사라예보의 총성'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거다.

전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세르비아가 중심이된 유고슬라비아 왕국(후에 공산주의 국가로 체제전환)에 편입되었는데, 얼마 안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당시, 유고의 전쟁영웅 티토는 나치 독일에 성공적으로 저항하면서 전국민적 데뷔를 치뤘고, 전후 50여년 동안 카리스마 하나로 유고를 통치한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흘러 티토가 죽고,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진 유고 연방은 해체의 길을 걷게된다. 이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도 1991년 독립을 선언하고.

그러나, 한민족 한국가였던 여타 유고 연방 공화국들(예컨데,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과는 달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원채 다민족 국가였다. 그래서 크로아티아계와 이슬람계 정당이 주도했던 이 독립선언에 세르비아계 정당 쁘라스 옆나라 세르비아가 함께 반대를 하면서 이른바 '보스니아 내전'으로 이어지고 만다.

'보스니아 내전'은 20세기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인종대청소 전쟁이었다. 세르비아계 군인이 한 마을에 있는 이슬람계 민간인 7500명을 하룻밤새에 싸그리 죽이기도 하고, 크로아티아는 자기네 나라에 소수민족으로 살던 세르비아인들을 죽이는 등, 그야말로 피의 살육전.

결국 UN과 미국이 개입 이 전쟁의 중재를 하게되어,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클린턴이 제시한 '데이턴 협약'이 체결되면서 나름의 평화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2005년)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일종의 과도정부 상태로, 총 2개의 정부가 존재하는 형식이다. 

괴랄한 국명의 정체

앞서, '독립을 원치 않았던 세르비아계 + 옆나라 세르비아 vs 독립을 원했던 크로아티아계 + 이슬람계'가 박더치게 살육전을 펼친게 '보스니아 내전'이라 말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금(2005년) 이 나라에 존재하는 두개의 정부는 각각. 세르비아계가 세운 '세르비아 공화국'과 크로아티아계 및 이슬람계가 세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어? 근데 잠깐만. 왜 그런데 나라 이름은 크로아티아계 및 이슬람계가 세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만을 쓰는거지?

1991년 최초 독립선언 직후, 곧바로 UN에 승인신청을 하여 독립국으로써 국제적 인증을 받았을 때의 이름이 바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였기 때문. 하지만 내전은 UN 승인 이후에 벌어졌기 때문에, 현재에도 국제적으로 이미 승인된 이름을 국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전쟁난민이 나라에 흩어져 있으며, 주요 전범들이 잡히지 않고 있는 까닭에 지금(2005년)도 SFOR(Stabilization Force)이라는 명찰을 단 UN군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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