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공짜한 일요일 앗프타눈.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이태원 구경을 나섰다. 얼마전부터 뜨문뜨문 보기시작한 '이웃집 찰스'에 나오는 '그 양반들'의 실물을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본 포스팅은 다음 원칙에 입각하여 쓰여졌다.

아마도 검색 등을 통해 본 포스팅을 읽고 계시는 분이 많으시리라 생각된다. 이 블로그를 꾸준히 보아오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설명충이 되어보자면, 여긴 맛집소개 블로그가 아니다. 다만 맛을 떠나 흥미나 재미를 위해 가볼만한 곳이 때마침 먹거리를 판매하는 경우 소개된 적은 종종 있다만서도... 그래서 이 글의 포커스도 갔던 '맛집'에 있는게 아니라 '갔던' 행위 자체에 있다.

실은 애초 제목에서도 블로거지느낌이 물씬 풍기는 '맛집'이라는 단어를 아쌀하게 빼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봐라. 젤라토집, 우즈벡전통식당, 커피와 디저트 등을 파는 가게... 이걸 통틀어 뭐라고 묶냐.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맛집'이란 표현을 썼으니 이해바라고, 행여 좋은 아이디어있음 댓글 달아라. 제목 바꿔버리게.

결론적으로 이 글은, 풍부한 이모티콘, 특히 네이버 블로거지들이 자주 쓰는 개쓰레기같은 라인 캐릭터 아이콘들, 가운데 정렬의 포스팅, 손글씨체 글꼴, '맛있다! 좋다!' 느낌표 일색 아 물론 최근엔 굳이 없어도될 단점써놓긴하더군. 나름 공정하게 보이려는건가? 포청천 나셨네 ㅎㅎ , 그리고 마지막에 지도와 연락처를 친절히 올려놓는 등의 전형적 패턴의 홍보성글이 아니므로, 이런걸 기대하시는 분이시라면 여기까지 읽으시고 살포시 나가시면 되겠다.

아울러 이 포스팅을 적는데 있어 몇가지 원칙을 말해보겠다.

  • 음식사진을 자세히 찍지 않았다. 접사로 위꼴사를 투척하거나, 굳이 뒷배경 포커스 흩날려가며 멋부린 사진은 애초부터 찍지도 않았던거다. 그래서 여기도 없는거고.
  • '이웃집 찰스'에 실제 출연했던 가게주인들(외국인들) 사진을 찍지 않았다. 물론 아래 세곳에 들렀을 때 TV에서 봤던 그 분들이 모두 가게에 계셨다. 사진 한방 같이 찍자거나, 아님 우리 지옥불반도 사람들이 자주 그러하듯 그딴거 안 묻고 그냥 카메라 들이댈 수도 있었겠지만, 그분들의 생업의 장소에서 병신요란떨고 싶지 않았다.
  • 이건 사실 좀 귀찮아서 그런건데, 업체 주소나 위치 등은 안 적었다. 알아서들 검색해봐라.

일단, 용산구청 주차장

단언컨대, 토 · 일 · 기타 공휴일에 이태원 놀러갈 땐 용산구청 주차장이 와따다. 일단 가격 자체가 저렴할뿐더러, 당일 이태원에서 처묵하거나 쇼핑한 영수증만 제출하면 최초 2시간 무료, 이후 주차요금 50% 할인이라는 파격적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아닥하고 용산구청 주차장에 파킹후,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사실 유모차타고다닐 나이는 거의 지나가지만, 아직은 어려서 조금 오래 걷거나 졸리면 포퐁짜증을 부리기 때문.일단 아닥하고 용산구청 주차장에 파킹후,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사실 유모차타고다닐 나이는 거의 지나가지만, 아직은 어려서 조금 오래 걷거나 졸리면 포퐁짜증을 부리기 때문.

구청 주차장을 나와 골목에 들어서니 전형적인 이태원길이 펼쳐졌다.구청 주차장을 나와 골목에 들어서니 전형적인 이태원길이 펼쳐졌다.

주카스 젤라토 (Zucca's Gelato)

용산구청에 주차후 가장 먼저 들른 곳이다. 사실 이때가 점심도 거른 오후 2시경이었으나, 배고픈건 둘째치고 날이 너무 더웠을뿐더러 아이들도 점심을 늦게먹었던 탓에, 일단은 젤라토부터 먼저 시작했던거다.용산구청에 주차후 가장 먼저 들른 곳이다. 사실 이때가 점심도 거른 오후 2시경이었으나, 배고픈건 둘째치고 날이 너무 더웠을뿐더러 아이들도 점심을 늦게먹었던 탓에, 일단은 젤라토부터 먼저 시작했던거다.

가게에 들어가니 가게 이름의 주인공 사무엘 주카(Samuel Zucca) 사장님도, 여자친구분도 모두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애매한 시간임에도 가게엔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손님들중에는 프렌차이즈에 대해 열심히 물어보는 중년부부가 있었는데, 아마도 방송후 이른바 '사람이 꼬인듯'하다. 물론 꿀일지 헬일지는 모르겠지만.

젤라토는 이탈리아어로 '아이스크림'을 뜻하는 일반명사다. 하지만 독일의 아우토반(걍 '고속도로'라는 뜻)처럼, 우리나라에선 일반명사가 고유명사화되어, '무언가 유지방이 적어 라이트한 첫맛에 고급진 얼음과자'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을 뜻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주카의 젤라토도 맛있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이상 평가할 능력은 없지만, 가격 괜찮고 맛있으면 좋은거 아니던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환장하며 먹어댔다.

우즈벡 전통식당, 라자트 (Lazzat)

다시 길을 나섰다. 뜨거운 열기가 지면에 반사되어 한발자국 걷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두번째로 도착한 곳은 우즈벡 전통식당 라자트였다. 이곳의 사장님인 무슬림 마흐무드의 고군분투 한국정착기는 '이웃집 찰스'의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단연 많은 관심을 받았더랬다.

라자트는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다.라자트는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다.

방문했던 시간이 3시 30분경. 점심손님도 저녁손님도, 동네식당같으면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 다 잘 시간에 갔기에, 테이블은 서너 테이블 정도만 차있었다. 하지만 식당내 테이블 수가 채 10개도 안 되어보였는데, 그런면에서 볼 때 나름 차있던 편.

사실 우즈벡 음식은 생소하기 때문에, 점원의 조언이나 권유를 듣고 주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때마침 우리 가족이 갔던 시간에는 마흐무드씨도 그분 아드님들도 안 보였고, 한국인 알바생이 서빙을 보고 있었는데, 막상 음식에 대해선 잘 모르는 듯 보였다. 결국 메뉴판의 사진을 보고 맛을 유추하여 주문.

음식도 생소했고 맛도 다소 생소한 맛이었다. 하지만 중동지역이나 중앙아시아 혹은 하다못해 극동유럽의 무슬림 거주지 등에 가보신 분이라면 한번 즈음은 접했을 법한 그런 맛이라고 보시면 되겠다.음식도 생소했고 맛도 다소 생소한 맛이었다. 하지만 중동지역이나 중앙아시아 혹은 하다못해 극동유럽의 무슬림 거주지 등에 가보신 분이라면 한번 즈음은 접했을 법한 그런 맛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다만 아이들 입맛에는 크게 생소할 수도 있음을 염두해두시라.다만 아이들 입맛에는 크게 생소할 수도 있음을 염두해두시라.

주제넘지만서도, 라자트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두가지 있었는데,

이쪽 음식문화권에선 메인디쉬에 항시 빵을 곁들여 먹는다. 그래서 주문시 식사용 빵을 함께 시켰는데, 근데 이 빵을 전자레인지에 즉석에서 뎁혀주는 패기 (...) 아, 물론 빵을 직접 반죽하고 구워서 팔지 않느냐는게 아니다. 전자레인지 사용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돈을 지불할 땐, 그 돈의 액수만큼 기대하는 맛과 서비스의 비례함이 있는데, 라자트는 동네 식당같은 편한 분위기라 그 정도 즈음이야 아무렴 오케이다. 하지만 빵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꺼내고 몇분 지나지 않아 급속한 수분의 증발로 빵이 딱딱해지고 맛도 형편없어진다. 따라서 작은 오븐(요즘엔 토스터기에 빵뎁히기용 소형오븐이 딸려있는 모델도 많다)에 살짝 뎁혀 주면, 향도 수분도 잘머금은 맛난 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음료수
콜라를 시켰다. 그런데 콜라캔과 따라마실 유리잔을 주는데, 유리잔은 그냥 종이컵 사이즈보다 약간 큰 물잔이었다. 게다가 얼음도 없이 그냥 잔만 (...) 이때가 8월 한여름철이었다는 건 덤 물론 점원을 불러 얼음 좀 가져달라는 부탁을 했고 흔쾌히 가져다주긴 했지만서도, 애시당초 이 정도는 사전에 나이스하게 서빙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쉽게도 약간있다.

다 먹고 계산을 할 때 즈음, 선한 인상의 마흐무드씨가 오셨다. 특유의 이웃집 아저씨같은 따뜻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예뻐해주시는데,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사람의 인성이 얼굴에 나온다는게 어떤건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디저트 카페, 드므와젤 (Demoiselle)

어찌되었던 간만에 이국적인 맛으로 배를 단단히 채우고 다시 이태원 메인로드로 나갔다.어찌되었던 간만에 이국적인 맛으로 배를 단단히 채우고 다시 이태원 메인로드로 나갔다.

이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 드므와젤. 말그대로 디저트 까페이고, 역시나 '이웃집 찰스'에서 개업기가 풀로 공개되었었더랬다.이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 드므와젤. 말그대로 디저트 까페이고, 역시나 '이웃집 찰스'에서 개업기가 풀로 공개되었었더랬다.

바로 이곳에서, 마카롱으로 대표되는 디저트 천조국 프랑스의 위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랬으나, 생각만큼 대단한 맛으로 다가오진 않았던 느낌이었다. 특히, 회심의 마카롱은 더운 날씨탓인지 다소 찐떡찐덕하고 진열장(놀랍게도 진열장이 냉장이 안 되는 그런거였다!) 냄새까지 약간 배어있는듯한 (...) 아,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디저트라는게 기분탓도 있을 거고 정말로 날씨탓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냉장기능 없는 순수 진열장인건 보너스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다시 찾아가볼 생각이다.

커피맛은 좋았다. 가격도 적당했고.커피맛은 좋았다. 가격도 적당했고.

까페 한켠엔 작은 야외공간이 있었는데, 실내에 계신 손님들께 민폐도 안 끼치고, 우리같은 아이들 데리고 있는 부모에겐 더할나위 없던 장소였다. 까페 한켠엔 작은 야외공간이 있었는데, 실내에 계신 손님들께 민폐도 안 끼치고, 우리같은 아이들 데리고 있는 부모에겐 더할나위 없던 장소였다.

드므와젤에서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오늘의 이태원 나들이도 이제 마쳐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얼른 집에 드가서 애들 씻기고 나도 좀 쉬어야지.

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15년 8월 9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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