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03년 4월 12~19일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성일과 좀 차이가 납니다만, 여행 당시의 기록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재와 다른 점은 부연설명을 더했습니다.

41일차 첫번째 행선지, 퓌센(Füssen)

전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디카를 도둑맞고, 곧장 뮌헨에 들러 새로운 디카를 사느라 늦은 저녁 도착한 독일 퓌센. 유스호스텔 아침식사 마감이 오전 7시반이었던 관계로, 개일찍 기상하여 미친듯 흡입했다.

퓌센은 사실 엄청 작은 동네인데, 여기있는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 성과 호헨슈방가우(Hohenschwangau) 성이 워낙 세계적 네임드급인 까닭에 연중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특히 이중, 노이슈반슈타인은 디즈니 성이라 불리는데, 그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실거임.

성으로 올라가려면 몇십유로짜리 마차를 타던가 걸어가야한다. 차는 초입 주자장에 대야하는데, 일당 4유로. 시간단위는 없다. 노이슈반슈타인 성까지 올라가는 길은 조망도 좋고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슬슬 산책하는 식으로 20~30분 정도면 충분하다.

호헨슈방가우 성이 멀리 보인다.

마리엔 다리에서 찍은 노이슈반슈타인 성.

에펠탑에 오르면 에펠탑을 볼 수 없듯, 이 성에 가까이 가면 이 성의 참멋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사진찍기 좋은 곳은 성 건너편 골짜기에 있는 마리엔(Marien) 다리. 성수기엔 이 다리 위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야할 정도다.

41일차 두번째 행선지, 로텐부르크오프데어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

다음 행선지는, 이름 읽다가 숨넘어갈 것 같은 로텐부르크오프데어타우버다. 제대로 끊어 읽자면, '로텐부르크-오프-데어-타우버'라고 발음하면 된다. 그냥 줄여서 '로텐부르크'라고 해도 된다.

이름이 이렇게 된 이유는, 독일에 로텐부르크란 지명이 또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동네 인근의 강이나 산 등의 이름을 붙이는데, 이곳 바이에른 주의 로텐부르크엔 '타우버(Tauber)'강이 흐르고 있어 이렇게 붙였다. 비슷한 예로, 우리가 잘 아는 프랑크푸르트 역시 정식 명칭은 '프랑크푸르트암마인(Frankfurt am Main)'인데, 마인강을 끼고있어 그렇다.

로텐부르크로 가는 길은 일부러 로맨틱가도(Romantische Straβe)를 택했다. 로맨틱가도 혹은 '낭만가도'란, 독일에 있는 일종의 테마 도로로, 남부에 걸쳐있는 약 350km 정도의 길이다. 이 도로 위엔 여러 아름다운 마을이 놓여있어, 드라이브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이 도로는 일본인 여행객들 사이에선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곳으로, 심지어 간판도 '독일어 + 일어'로 쓰여있을 정도.

낭만가도의 꽃이라할 수 있는 로텐부르크는 구시가 전체가 성벽에 둘러싸여 중세를 그대로 한 스푼 떠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워낙 유명하다보니 사방천지에 동양, 특히 일본인 관광객이 가득 차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 중세를 느끼다가 순간 타임워프한다고나 할까.

이날 숙박은 휴스호스텔이었는데, 구도심 한켠 자리잡은 전통 독일식 건물에 있어 운치가 그만이었다.

42~43일차, 프랑크푸르트, 로렐라이 언덕과 라인강변, 코블렌츠, 본, 쾰른

로텐부르크를 떠나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뢰머를 중심으로 쭈욱 훑은 다음, 로렐라이 언덕과 라인강변을 거쳐 하룻밤 묵어갈 코블렌츠에 도착했다. 코블렌츠의 유스호스텔은 에흐렌브라이트슈타인(Ehrenbreitstein) 요새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코블렌츠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어, 뷰가 가히 예술. 특히 밤에 보는 야경은 일품이었다.

참고로 2003년 당시만 해도 이 유스호스텔 바로 앞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었는데, 최근엔 문화재 관리차원에서 초입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가야한다.

다음날 본과 쾰른을 들렀다. 사실 여정엔 없던 곳이었지만 들렀는데, 이유는, (1) 다른 멤버들이 원해서, (2) 차량점검때문에. 여기서 차량점검이란, 이때 빌렸던 리스차가 10,000km를 넘어 정기점검을 받아야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코블렌츠에서 받으려고 인근 정비소에 전화를 걸었는데, 예약이 최소 일주일 정도 밀렸더라. 그래서 겨우 찾은게 쾰른 인근 작은 마을의 정비소. 바로 그 다음날 받을 수 있다해서 예약도 하고, 겸사겸사 본과 쾰른도 들른 것.

뭐, 두 도시야 워낙 유명하니... 베토벤의 도시이자 대학도시 본, 압도적 대성당이 유명한 쾰른. 응, 얘기해줄건 이게 다야.

응? 근데 여행사진 왜 없냐구? 응, 기달려봐 ^^ 곧 좆되니까.

대망(大亡)의 44일차

이날 일정은 원래 이랬다. 오후까지 차량점검, 이후 룩룩룩셈부르크로. 

차량점검은 순조로웠다. 쾰른 근교의 포르츠(Porz)의 정비소 도착시간은 정오가 조금 못 미친 시각. 차를 맡기고 두시간 정도 뒤에 오라하여, 근처의 가구전문점 앞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운 후,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어느정도 진척되었나 정비소에 가보니 벌써 끝나있었다. 

시간도 널널하고해서 인근 주유소에서 주유를 한 후, 코인 세차장에 들러 근 40여일만에 차량 대청소! 산뜻한 마음으로 오후 2시경 룩셈부르크로 출발했다.

아우토반 진입후 두번 정도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룩셈부르크의 비안덴(Vianden)이란 작은 산골 마을에 잠시 들러 구경을 나서려는데...

가/방/이/없/다.

불과 며칠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도둑맞는 바람에 새로산 디카, 천유로가 넘는 디카가 든 가방이 없다! 그뿐만 아니다. 그 가방엔, 다이어리, 필통, 지도, 삼각대, 차량등록증, 차량보험증, 국제운전면허증, 그리고 제일 중요한 여권도.

곰곰히 기억을 더음어 보니 한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다. 쾰른에서 세차할 때, 차내 가방을 옆에 꺼내두었었는데, 세차를 마치고 출발하여 할 때, 왠 터키인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다가와 디지털 카메라를 사라고... 

서둘러 쾰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미 사건이 발생한 뒤, 5시간 정도 흐른 뒤였고 주유소 직원에게 문의했으나 신고된 가방은 없었다고 했다. 인근 쾰른 공항의 경찰서에도 갔지만, 여행자보험용 도난증명서를 끊어주는 것 외엔, 신고로 도난품을 찾는건 불가능에 가깝단 얘기만 들었다.

그래도 독일 경찰이 대단한게, 사건을 신고하고 대략 1년이 지난 시점에 한국의 집에 '도난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종결한다'는 내용의 독일어 편지를 보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건, 이 사건이 있고 대략 5년(!)후, 본 독일 영사관에서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는, 내 다이어리를 찾았다며 한국으로 보내주었다! 아 물론, 디카나 여권 등등은 없었고.

수습을 위해 파리로

일단 이날 밤은 쾰른 공항 인근의 이비스(ibis) 호텔에서 숙박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파리로 질렀다. 차량관련 서류를 가장 빨리 재발급받기 위해선 푸조-씨트로엥사 본사가 있는 파리로 가는게 베스트였고, 파리의 한국대사관에서 여행자증명서를 발급받기도 수월했기 때문.

그래도 파리에 머무는 3일간 차량관련 서류재발급, 여행자증명서 발급 등 필요한 업무를 모두 마치고 인근의 샤르트르와 베르사유 궁전 구경까지 할 시간도 있었다. 

서류 접수하고 이것저것 업무보는 와중에 친구 사진기로 찍어보았던 사진. 솔직히 사진찍을 기분도 아니었다.

이 와중에 베르사유 궁전도 갔었다. 이곳엔 일부러 오후 3시반이 넘어 갔는데, 이때부턴 표값이 할인되기 때문이다. 주차요금도 개이득이다. 베르사유 궁전 주차장은 한시간에 2유로인데, 오후 6시 이후에 출차하면 무료. 괴랄한데 사실(2003년 당시)이다.

여행을 계속할 것인가

숙소였던 한인민박집으로 돌아 와서 앞으로의 여행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고민에 잠겼다. 생각 같아선 모든 것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같이 온 일행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여러시간 동안 논의 끝에, 애초 100일로 계획되었던 여행을 대략 한달여 앞당겨 귀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래서 앞선 여행기에 사진이 없었던, 정확히는 없어졌던 거고, 또 이 여행기 제목이 '76일간의 유럽자동차여행'이 된거다.

끝으로 파리 에펠탑 야경.

76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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