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블로그나 각종 여행기를 기고할 때 가급적 맛집 소개는 하지 않는 편이다.

왜 여행지 맛집 소개를 잘 하지 않으려하는가

첫째, 맛집은 대부분 비싸다. 여행중 나름 잘 알려진 최고급 음식점에서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건, 대부분의 중산층 여행객들에겐 정말 많아야 일주일에 두어번이다. 나머지 여행식사는 끼니를 떼우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재밌는게 여행의 묘미다. 수퍼에서 산 바게트에 살라미 두어장을 끼워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자판기에서 뽑은 콜라를 한잔 들이켜도 그곳이 파리 에펠탑이 정면으로 보이는 공원잔디밭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히 최고급이 되는게 여행의 맛이요, 맛의 여행인거다.

하지만 인터넷을 둘러보면, 자신들이 묵었던 숙소 근처의 아무 식당을 '어디어디 맛집'이라며 뻔뻔스럽게 올려놓은 글들이 너무도 많이 보았다. 그런 사람들의 블로그글 리스트를 보면, 자신이 들렀던 거의 모든 식당을 '어디어디 맛집'으로 포스팅해두었던데, 이건 그냥 글쓰기 강박, 좋게 말해 그렇다.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둘째, 개인의 미각차는 시각차만큼이나 스펙트럼이 넓다. 맛집이라고 소개한 맛이 타인에겐 무맛일 수도 있는건 어찌보면 인간계의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그 '집'앞에 '맛'을 붙이는건 글쟁이의 도리가 아닌듯하여 조심스럽다는게 내 생각이다. 사실 이 이유는 비단 여행지의 맛집 소개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하는 이유뿐만 아니라, 맛집 소개 자체를 꺼려하는 이유일 수도 있는데, 둘다의 이유로 봐도 무방하다.

셋째, 전술한 첫째 그리고 둘째의 이유에 근거해볼 때, 그렇다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면서 (혹은 적당한 가격에) 나름 맛도 없지 않은, 즉 대중화된 레시피의 음식점을 소개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면을 할애한 소개는 무의미하다. 당신이 여행지에서 마주하게될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이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비싸지도 않으면서 (혹은 적당한 가격에) 맛도 끝내주는 집, 적잖게 찾을 수도 있다는 것 안다. 그러나 그건 말그대로 나름 적지 않다는거지, 보편적으로 많지 않다는 반증아니던가. 사람들이 왜 그런곳에 열광하는지 생각해보라. 흔해서? 이런 반론은 그냥 꼬투리잡기다.

결론적으로, 여행지에서의 맛집소개는,

  1. 정말 특별난 그 지역만의 특산물이라던가 (이 경우 맛집소개라기보단 지역 특산물 소개가 더 맞는 말이겠다)
  2. 어떤 식당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정말 멋들어진 (레어한) 먹거리가 있다던가
  3. '그래 이렇게 여행와서 가지 언제 가보겠어'하는 미슐랭 최고점에 빛나는 초특급 레스토랑 (물론 돈지랄일 것이 자명할 관계로, 내가 안 가는 경우가 더 많아, 소개가 힘들 수도...)

의 경우 외엔 아마도 본 필자 글에선 찾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 포스팅은 위 두번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본인의 순수 주관적 견해지만 뭐 어쩔건데 개인블로그가 주관적인게 당연하지 이렇게 별개의 포스팅으로 올린다.

가게 입구.가게 입구.

솔까말 일본에서 100년 넘은 가게가 한둘이어야지...

사실이다. 우리나라야 워낙 새거에 환장해서 멀쩡한 보도블럭도 연말이면 까부수는 판국에, 일본은 나름 정반대인데다가 일본 특유의 가업(家業)문화란게 있어, 어지간해선 백년은 우습게 넘긴다. 이 가게도 20세기초 오픈한 이래 4대째 내려오는 오뎅집이지만, 이 정도 역사의 가게사장들을 일본에서 불러모아보면, 4열종대 앉아번호 연병장 두바퀴 반이다.

가게 전경.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다. (사진출처는 사진에)가게 전경.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다. (사진출처는 사진에)

오뎅은 오뎅일뿐 어묵이라 하지말자

결론부터 말하면 오뎅은 요리의 이름이고 어묵은 식재료의 이름이다. 따라서 오뎅에는 어묵이란 식재료가 들어가지만, 어묵이란 단어가 오뎅을 재체할순 없다. 또한 오뎅은 일본 전통음식이기 때문에, 고유명사 그대로 오뎅이라 불러야하는 것이 옳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그 '오뎅'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일본 오뎅은 국물을 먹지 않는다는 점. 일본 오뎅의 국물은 대개 진한(짠) 간장 베이스의 육수로 어묵을 비롯한, 곤약, 무 등의 건더기에 간이 배게할 뿐이다. 즉, 우리처럼 뜨근한 국물을 후루룩 들이키는 용도가 아니란 말.

사실 일본 요리가 대개 국물 자체를 즐기는 것이 드물다. 본디 국물요리는 우리의 전통이고, 일본에선 건더기나 면 등 본요리를 적셔먹거나 찍어먹는 정도로 사용된다고 보면 되겠다.

노게오뎅에서도 '정식'을 시켰다. 밥과 오뎅이 간단히 나왔다.노게오뎅에서도 '정식'을 시켰다. 밥과 오뎅이 간단히 나왔다.

일본 오뎅의 핵심은 무

우리나라 오뎅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오뎅에서 가장 좋아하는게 푸욱 삶아진 무다. 적당히 뜨끈하고, 또 적당히 간이 밴 무우를 한점 베어물었을 때의 시원함. 절로 술을 부르는 맛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노게오뎅에서도 정식에 딸려나온 무 외에, 추가로 무를 주문해먹었다. 일본 오뎅집에선 자신이 먹고싶은 건더기를 이와같이 개별적으로 추가주문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참고로 '무'는 일본어로 다이콩(だいこん; 大根)이라 한다.

하루종일 쇼핑몰에서 걸었겠다. 오뎅과 밥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이날은 이곳을 끝으로 여정을 마쳤다.

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10년 6월 22일, 즉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전입니다. 현재 이곳에 소개되고 있는 여행지는 방사능 유출로 인한 위험성이 있을 수 있으니, 각자 신중히 판단하시어 여행을 계획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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