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아이폰 자명종이 시끄럽게 울린다. 긴장하며 잠을 잤어서 그런가, 평소와는 다르게 금방 깼다. 어? 근데 애들이 왜 안 달려오지? 아, 그랬다. 처자식이 한달간 제주도에 머물게 되어 엊그제 떠났던 것.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아이들이 어릴 때, 자연에 더 있고 싶었던 까닭이었다.

난 회사일로 같이 머물지는 못하고, 2주일에 한번씩 가기로 했다. 주말마다 가고싶었지만 진짭니다 진짜라구요! 비행기삯의 압박으로 그러진 못 했다.

차를 타고 제주도로

오래 머물기 때문에 차가 필수였는데, 한달간 렌트를 하는게 무지하게 비쌌다. 그래서 차를 몰고 제주도에 가져다주기로 한 날이 오늘인거다. 이 당시 차가 국민을 호구로 보는 기업 현기차 모닝이었는데, 그 작은 차에 처자식이 한달간 필요한 각종 가재도구를 차가 터질 때까지 실었다.

7시반 즈음에 출발했는데 주말이어서 그런지 이미 고속도로엔 차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특히 서해안고속도를 탈 때는 오나전 주금. 그래도 충남을 지나 전라도로 입도했을 땐 어느정도 뻥뻥 뚤리는게 예상보다 장항 노력항에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서산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밥을 사먹을까 했지만, 그냥 빵이랑 주전부리 사먹음.서산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밥을 사먹을까 했지만, 그냥 빵이랑 주전부리 사먹음.

아, 근데 놀라운게 무슨 휴게소에 등산용품점이 있더라. 어르신들이 요즘 젊은애들 옷 브랜드에 환장한다고들 뭐라하시던데, 내가 볼 때 어르신들 등산용품 브랜드 따지시는거에 견줄 바가 아니다.아, 근데 놀라운게 무슨 휴게소에 등산용품점이 있더라. 어르신들이 요즘 젊은애들 옷 브랜드에 환장한다고들 뭐라하시던데, 내가 볼 때 어르신들 등산용품 브랜드 따지시는거에 견줄 바가 아니다.

좌측 하단의 형광색 차가 당시 와이프 차였음.좌측 하단의 형광색 차가 당시 와이프 차였음.

중간에 들른 간이휴게소. 화장실만 잠깐 들렀다. 이런 간이휴게소는 화장실만 덜렁 있거나, 잘해야 편의점 있음.중간에 들른 간이휴게소. 화장실만 잠깐 들렀다. 이런 간이휴게소는 화장실만 덜렁 있거나, 잘해야 편의점 있음.

장흥 노력항

이름이 다소 특이한데 전남 장흥군에 가면 노력도라는 섬이 있다. 이 노력도에 있는 항구가 바로 노력항. 여기엔 제주를 왕복하는 페리가 운행중인데, 육지에서 제주를 연결하는 노선중 가장 짧고, 그래서 빠르다. 단, 성산포(제주도의 동쪽끝)로 운행하기 때문에, 제주도 서쪽이나 제주시 등으로 이동할 땐 추가로 1시간여를 더해줘야한다.

노력항 도착. 신축 항구여서 그런지 아직 덜 마무리된 듯한 느낌이 있었다.노력항 도착. 신축 항구여서 그런지 아직 덜 마무리된 듯한 느낌이 있었다.

차를 줄세워둔 모습. 배에 차를 싣고갈 사람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차를 줄세워둬야함.차를 줄세워둔 모습. 배에 차를 싣고갈 사람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차를 줄세워둬야함.

타고갈 배.타고갈 배.

승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휴게소에서 국수 한끼 처묵.승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휴게소에서 국수 한끼 처묵.

노력항의 제주왕복 페리는 빠르다는게 최대 장점이다. 대략 2시간 30분이면 성산포에 도착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경차 기준으로 몇만원 수준. 하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첫째, (국내의 모든 페리가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승선방식이 불필요하게 복잡했다. 일단 차를 실어야하는 사람들은 우선 차로 가서 배에 넣고, 다시 나와야한다. 그리고 다시 터미널로 가서 경찰관 입회하에 신분증 검사를 하고 배로 탑승해야한다. 입차후 배에서 내려야하지만, 인원통제가 되고 있진 않았다. 맘만 먹으면 그냥 배에 남을 수도 있던 상황. 이럴 바엔 차라리, 입차 승객과 일반 승객의 신분증 검사를 각각 따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둘째, 불친절. 배는 구조상 통로와 계단이 좁다. 승객중엔 유아를 동반한 주부나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많았는데, 양손에 짐보따리를 들고 낑낑거리며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것이 정말 안 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승무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웃으며 노가리나 까고 있더라.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전반적으로 개판이라 이도 어쩔 수 없다 손 치더라도, 정말이지 명치 한대 쌔게 까고싶었음.

페리 내부. 좌석 지정제다. 참고로 좌석은 그리 넓지 않다.페리 내부. 좌석 지정제다. 참고로 좌석은 그리 넓지 않다.

성산포에 도착했다. 대략 도착 5분전 방송을 하는데, 성미급한 우리나라 사람들, 도착 약 30분 전부터 저렇게 출구에 진을 치고 있었다.성산포에 도착했다. 대략 도착 5분전 방송을 하는데, 성미급한 우리나라 사람들, 도착 약 30분 전부터 저렇게 출구에 진을 치고 있었다.

성산포에 도착, 다시 동서를 가로질러 처자식이 있는 서쪽, 애월읍으로 향했다. 최종목적지에 도달한 시간은 대략 저녁 8시경. 중간에 잠시 들른 곳이 있어, 이를 감안하면 대략 11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13년 5월 11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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