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시급 행정구역은 딱 두게 뿐이다. 대략 북쪽 절반은 제주시, 남쪽 절반은 서귀포시다. 당시 우리가 머물던 곳은 행정구역상 제주시였지만, 동쪽 끝(애월읍)이었던 까닭에, 차로 5분만 내려가면 서귀포시가 되어버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제주 시내로 나가는게 더 먼 상황. 근데 간만에 제주도도 왔겠다, 어딜 가볼까하다 주변 사람들이 제주장이 재밌고, 또 이날이 마침 장날이라하여 가봤다.

제주민속오일장

명칭

일단 네이밍부터 별로였다. 왜 굳이 '민속'이란 말을 붙인걸까. 지금의 마트(시장)와 구별하기 위함이라면 너무 고리타분하다. 지금은 민속이 단절된 세대이고, 이 시장이 우리네 전통을 잇는다는 말인가. 오히려 이건, 이 시장에 '민속'이란 이름을 붙임으로써, 현대와 단절시켜버린 것, 그 이상은 못 된다. 이건, 마치 오래전, 설날을 '민속의 날'로 붙였던, 앞뒤과 꽉막힌, 전형적 공무원 발상이다. 공무원여러분들 죄송합니다만, 여러분들 이미지가 그래요. 자신을 탓하십쇼.

주차

수원, 성남, 용인 등의 전통장을 몇 개 가본적 있는데, 주차는 크게 편리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다만 마트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불편하며, 만약 '마트'를 경쟁상대로 생각한다면, 분명 개선되어야할 부분이다.

공중위생

청결도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화장실 등은 논외로 하겠다. 다만, 군데군데 흡연자(특히, 노인들)가 많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어떤 상인은 담배를 꼬나물고 생선에 붙은 파리를 쫓고있었다. 이곳이 이름대로 '민속' 시장이고, 지금이 조선시대(임란 이후)라면, 그 상인은 아마, 손님 이전에 같은 상인들에게서 존나 처맞거나 적어도 쿠사리를 먹었을거다. 끽연을 하며 손님을 응대하는건 예나 지금이나 완전한 결례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내금연이 확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아직도 그런 시민이나 상인이 버젓이 장터를 휘졌고 다닌다는건, 민족적 견지에서 참 슬프다. 우리가 이것밖에 안 되는가.

종종, '그래도 나이많은 어르신들인데...'하며 봐드리자는 얘기도 나오던데, 그건 더더욱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예의범절은 무르익어야하고 그래서 자연스레 타의 귀감이 되어야한다. 그렇지 못한 어르신들은, 물리적 나이만 자셨을 뿐, 진정한 의미의 어르신이 아닌 관계로, 지적받을 사항은 지적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접근도

시장으로의 접근도가 아니라, 시장 내에서 각 점포로의 접근도를 말한다. 이는 시장의 구성, 즉 구매자들의 동선과도 직결되는데, 사실 이 부분은, 개선되면야 좋겠지만, 그 나름의 역사가 있고 목이란게 존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100% 인정한다. 무슨 말이냐면, 시장이 애초 형성될 때, 같은 류를 취급하는 점포들이 같은 곳이 모였고, 점차 그 품목이 확장되면서 지금의 구역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구역 내에서도 이른바 장사가 잘 되는 '목'이 존재하고, 여긴 그 점포 나름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본좌, 우리나라 부동산의 '권리(금)'이란걸 경멸하지만, 지난 수백년간 자리잡힌 인습을 하루아침에 타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인정한다.

원산지표기

본좌가 전문가가 아니므로 상인들이 써놓은 원산지표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관계당국에서도 단속을 하고있다곤 하지만, 이런 불신을 자초한게 누구의 잘못 때문인지는 상인들 스스로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십수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동안 과연 전통시장이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전통시장, 불편한건 사실 … 하지만 재밌다

개인적 취향일런지 모르겠지만, 본좌, 여행지를 갔는데 거기 만약 장이 들어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무조건 가보는 편이다. 왜냐면 첫째로, 일단 재밌다.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게 느끼는 부분은, 품목의 다양성과 먹거리 때문이다. 물론 대형마트도 없는게 없을만큼 다양한 품목이 존재하지만, 전통시장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리고 대형마트는 모든 물건이 공산품화된 이미지(또, 사실이 그렇고)가 있는 반면, 전통시장은 그렇게까지 보이진 않는다. 먹거리는 또 어떤가. 시장에 뭐 사먹으러만 간다는 말이, 진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여러 불편한 점으로 인하여 전통시장이 과연 메리트가 있느냐의 물음에는 답하기 어렵다. 그리고 최근 일각에서 불고있는, '윤리적 소비 운동', 즉 '전통시장을 이용해줍시다' 식의 캠페인엔 쉽게 참여하기도 어렵고, 솔직히 반대한다.

갈치가 특히 쌌다. 대량구매해서 집으로 부치고 싶을 정도.갈치가 특히 쌌다. 대량구매해서 집으로 부치고 싶을 정도.

갈치.갈치.

다양한 품목들.다양한 품목들.

넓은 통로 사이즈. 물론 좁은 곳도 더러 나오지만, 대부분 메인통로는 넓다. 사람이 많은건 다른 문제.넓은 통로 사이즈. 물론 좁은 곳도 더러 나오지만, 대부분 메인통로는 넓다. 사람이 많은건 다른 문제.

기름집. 국산은 너무 비싸서, 걍 중국산으로 짬.기름집. 국산은 너무 비싸서, 걍 중국산으로 짬.

시장의 하일라이트, 먹거리.시장의 하일라이트, 먹거리.

먹거리 중에서도 백미는 이런 군것질.먹거리 중에서도 백미는 이런 군것질.

이 여행기의 실제 여행일은 2013년 5월 12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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